안녕하세요.
이번 글에서는 척추의 안정성을 위한 중요한 구조 중 하나지만 흔히 놓치기 쉬운 엉치엉덩관절에 대하여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실은 지난 글들에서 디스크, 척추전방전위증, 골반기울임 등을 소개할 때 바로 이어서 다뤘어야 했는데 사정상 그러지 못하였습니다.
정확한 수치로 특정짓기는 어렵지만, 연구들에서 만성 요통 환자들의 약 25%에서 엉치엉덩관절이 통증의 원인이라고도 알려져 있습니다.
엉치엉덩관절 손상의 가능한 원인으로
① 골반과 허리에 적용된 반복적인 한쪽 방향으로의 비틀림과 연관 : 예를 들어, 빈번한 발차기나 높은 속도의 던지기를 요구하는 스포츠
② 과도한 요추 전만, 척추측만증, 다리길이의 차이 등으로 인한 골반 비대칭성 : 비정상적인 자세나 구조로 인해 유발된 지속적인 스트레스
엉치엉덩관절이 허리통증의 실제 원인인지를 결정하기 위한 최상의 진단적 방법은 관절에 마취주사 후 통증의 감소 여부를 평가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은 정확성에 있어서 제한이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통증이 지속된다면 디스크 탈출증과 같은 그 외 상황에 대한 자세한 평가가 필요합니다.
일단은 엉치엉덩관절에 대해서 정확히 알아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해부학적 측면과 기능적 측면에 대하여 우선 살펴보겠습니다.
해부학적 측면
엉치엉덩관절 (sacroiliac joint, SI joint)은 엉치뼈 (sacrum)의 귓바퀴면(auricular surface)과 이에 상응하는 엉덩뼈 (ilium)의 귓바퀴면 사이의 관절입니다. 엉치뼈는 양측 엉덩뼈 사이에 쐐기처럼 위치하여 몸통을 지탱하는 척추의 아래쪽 끝부분과 다리 뼈대, 지면 사이의 이행부로서 힘을 두 방향 (양측)으로 안정적으로 전달하게 됩니다.
1) 관절 구조
엉덩이 뒤쪽에서 쉽게 만질 수 있는 후상장골극 (위뒤엉덩뼈가시, posterior superior iliac spine, PSIS)의 바로 앞쪽에 위치합니다. 아동기에는 비교적 가동성이 있고 유연한 관절주머니로 둘러싸여 있지만 성장하면서 점차적으로 섬유화되어 유연성과 가동성이 감소합니다.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부드러운 관절면이 거칠게 변화되면서 마찰계수를 증가시키고 관절면 사이의 전단력에 대한 저항이 증가합니다. 디스크의 무증상성 퇴행성 변화와 마찬가지로 (척추사이 원반(디스크)이란 무엇인가? 참조링크) 통증이 없는 60대 이상 성인의 85% 이상에서 엉치엉덩관절의 퇴행성 변화도 확인됩니다. 80대에 이르면, 약 10%에서 완전히 융합되거나 뼈화(골화) 됩니다.
2) 인대
앞엉치엉덩인대 (anterior sacroiliac ligament)가 있으며, 엉덩허리인대 (iliolumbar ligament)가 일부 섞여서 엉치엉덩관절의 앞쪽을 강화합니다. 뼈사이인대 (interosseous ligament)는 관절의 뒤쪽과 위쪽 경계면을 따라 존재하는 틈의 대부분을 채우는 매우 짧은 섬유조직들로 엉치엉덩관절의 가장 강력한 인대로 고려됩니다. 그 밖에 관절의 뒤쪽면을 가로지르는 뒤엉치엉덩인대, 관절을 가로지르지는 않지만 보조적으로 안정성을 제공하는 엉치결절인대와 엉치가시인대가 있습니다.
3) 신경지배
L5 (요추 제5번) ~ S3 (천추 제 3번) 척수신경뿌리의 뒤가지로부터 나온 감각신경 섬유들이 관절주위 결합조직내에 분포하며, 통증성 엉치엉덩관절을 가진 사람들은 같은쪽 아래쪽 허리와 안쪽 볼기 영역에서의 통증을 흔히 호소합니다.
참고) 등허리근막 (thoracolumbar fascia, TLF)
허리의 역학적 안정성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며 넓은 범위에 걸쳐 위치하고 앞층, 중간층, 뒤층으로 나뉘어서 허리 뒤쪽 근육들을 둘러싸며 구획화합니다.
앞층과 중간층을 나누는 기준은 허리네모근 (quadratus lumborum) 이고, 이 두층은 안쪽으로 허리뼈의 가로돌기에 고정되고 아래쪽으로 엉덩뼈능선 (iliac crest) 에 고정됩니다. 뒤층은 척추기립근과 뭇갈래근(다열근)의 뒤쪽을 덮고 있으며 좀더 가쪽으로는 넓은등근(광배근)의 뒤쪽을 덮고 있습니다. 뒤층은 모든 요추의 가시돌기, 엉치뼈, 그리고 PSIS 근처의 엉덩뼈에 부착합니다.
중간층과 뒤층은 가쪽에서 융합되어 가쪽 솔기 (lateral raphe) 를 형성하여 배가로근(복횡근) 및 배속빗근(내복사근)과 섞이기도 합니다.
기능적 측면
1) 골반의 스트레스 감소
엉치엉덩관절에서의 움직임은 매우 작게 일어나지만 골반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 감소에 중요하며, 특히 걷기, 달리기와 같은 동작시 중요합니다. 걷는 동안 다리를 구부리고 펴는 과정에서 양측의 골반에 대해 서로 반대방향의 약간의 비틀림이 발생합니다. 이러한 골반속 비틀림들은 걷는 속력이 빨라짐에 따라 커지게 되는데, 골반이 단단하게 융합된 구조라면 이러한 스트레스를 분산하는데 어려울 수 있지만 엉치엉덩관절에서의 약간의 움직임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분산시킬 수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두덩 결합 관절 (symphysis pubis)도 유사한 역할을 합니다.
2) 몸통과 다리 사이에서 안정적인 부하 전달
엉치엉덩관절의 관절면은 거의 수직방향으로, 큰 힘이 수직 방향으로 주어질 경우 미끄러짐에 대해 취약한 구조입니다. 엉치엉덩관절의 앞끄덕임 (nutation)은 관절면의 압박력과 전단력을 증가시켜 안정성을 높이게 되는데, 이러한 앞끄덕임토크를 발생시키는 힘들은 중력, 신장된 인대들로부터의 수동장력, 근육의 활성이 있습니다. 앞끄덕임은 시상면에서 엉덩뼈에 대한 엉치뼈 바닥부 (윗면)의 상대적인 앞기울임을 말합니다. 자세한 설명을 원하시면 댓글로 문의해주시기 바랍니다. 누워 있을 때와 같이 부하를 받지 않을 때는 엉치엉덩관절이 반대방향인 뒤끄덕임 (counter-nutation)의 위치로 자연스럽게 되돌아갑니다.
① 중력의 효과
체중에 의한 중력의 힘은 일반적으로 양쪽 엉치엉덩관절의 중간지점을 연결하는 가상의 선의 바로 앞을 지나갑니다. 이와 동시에 대퇴골두는 엉덩이관절에서 위쪽으로 향하는 압박력을 생산합니다. 중력에 의한 힘은 엉치뼈를 앞쪽으로 돌림시키고, 엉덩이관절 압박력에 의한 힘은 엉치뼈를 뒤쪽으로 돌림시키게 됩니다. 두 힘이 결합하게 되면 엉치엉덩관절에 대한 앞끄덕임 토크가 발생하여 관절을 안정화시키며, 엉치엉덩관절의 안정성에 기여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입니다.
② 인대와 근육의 효과
앞서 설명한 중력의 효과는 앉기나 서기와 같이 비교적 정적인 활동에 주로 필요하며, 좀더 동적인 활동의 경우 인대와 근육에 의한 힘들도 필요하게 됩니다.
앞끄덕임은 엉치결절인대, 엉치가시인대, 뼈사이인대들을 신장시켜 장력이 증가하게 되고 관절면들을 더욱 압박하여 안정성에 도움이 됩니다.
근육들의 수축은 관절에 대한 능동적인 앞끄덕임을 발생시킵니다. 뭇갈래근(다열근)과 척추기립근의 수축은 엉치뼈를 앞쪽으로 돌림시키고, 배곧은근(복직근), 배바깥빗근(외복사근), 넙다리두갈래근의 수축은 엉덩뼈를 뒤쪽으로 돌림시켜 결합하여 앞끄덕임 토크를 발생시킵니다. 게다가 넓은등근(광배근)과 큰볼기근(대둔근), 척추기립근, 배속빗근(내복사근), 배가로근(복횡근)과 같은 근육들의 활성은 등허리근막과의 연결을 통해 추가적인 안정성을 제공합니다. 특히 배속빗근이나 배가로근과 같이 좀더 수평방향으로 배열된 근육들은 엉치뼈쪽을 향해 엉덩뼈를 압박함으로써 안정성을 직접적으로 제공합니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근육들의 이름이지 않나요? 그렇습니다. 흔히 코어근육이라고 부르는 근육들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몸통의 코어 근육들을 강화시키고 조절을 개선하는것이 엉치엉덩관절의 불안정성으로 인한 요통의 치료에도 추천됩니다.
적절한 골격의 정렬이 유지되고, 인대와 같은 결합조직들과 근육에 의해 지지될 때 우리 몸은 안정성과 가동성을 확보하게 됩니다. 비정상적인 정렬이 지속될 경우 여러부위에 과도한 스트레스를 발생시키게 되는데 다음 글에서는 퇴행성 디스크 변화, 디스크 탈출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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