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 (척추를 굽히고 펼 때의 변화, 디스크, 척추전방전위증)
좀더 보충하는 내용으로 허리골반리듬, 골반기울임에 대해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자세에 따른 허리와 목의 정렬상태의 변화를 살펴보면서 어떻게 거북목/일자목이 발생하는지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허리골반리듬 (lumbopelvic rhythm) 과 골반기울임 (pelvic tilting)
허리뼈는 엉덩이관절과 연합하여 몸통의 굴곡과 신전을 위한 중심점으로써 기능을 하며, 이러한 움직임 동안 발생하는 상호관계를 허리골반리듬이라고 합니다.
1-1) 서 있는 자세로부터 몸통 굴곡 동안 허리골반리듬
허리뼈 혹은 엉덩이관절에서의 움직임에 제한이 있을 경우 당연히 허리골반리듬이 비정상적으로 일어납니다. 몸통 굽힘의 정도가 감소하며, 서로서로 제한된 움직임에 대해 보상작용을 하게 되면서 보상작용하는 영역에 대한 스트레스가 증가합니다.
예를 들어, 햄스트링 근육이 뻣뻣하여 신장이 제한되거나 엉덩이관절의 관절염이 있어서 엉덩이관절의 굽힘이 제한적이라면 바닥쪽으로의 몸통 굽힘을 위해 정상적인 경우보다 허리뼈 영역에서의 더 큰 굽힘이 요구됩니다. 결과적으로, 허리뼈 뒤쪽 영역의 결합조직들을 과신장시켜 약화를 초래할 수 있고 척추사이 원반(디스크)에 더 큰 압박부하를 가하게 되어 퇴행성 변화의 가능성을 증가시킵니다.
허리통증이 있는 환자들에서 햄스트링 근육의 스트레칭이 중요한 이유를 일부 설명해주는 부분입니다.
1-2) 굽힌 자세로부터 몸통 신전 동안 허리골반 리듬
보통 초기 단계에서는 엉덩관절 신전근육 (대둔근, 햄스트링 등)이 우세하게 활동하며, 중간 단계에서 척추 신전근육들이 뚜렷하게 활동하면서 엉덩관절 신전근과 협력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허리 영역에 대한 외적인 굽힘 토크가 가장 큰 시점 (바닥쪽으로 구부린 자세에서 신전하려고 시도하는 시점, 그림에서 A부분)에서 엉덩관절 신전근에 대해 큰 신전 토크를 요구하게 됩니다. 이것은 큰 힘으로부터 허리의 근육과 관절들을 보호하는 자연스러운 기전으로 기능을 합니다. 허리의 퇴행성 변화 등으로 요통이 있는 환자들은 몸통이 거의 완전히 세워져 수직에 이를 때까지 의도적으로 척추 신전근들을 사용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일 수 있습니다. 완전히 신전해서 똑바로 서 있는 자세가 되면, 체중에 의한 힘선이 엉덩관절 뒤쪽으로 지나가게 되면서 엉덩관절과 허리의 근육들은 비교적 비활성 상태가 됩니다.
2. 골반 기울임과 허리 사이의 운동학적 상호관계
골반 기울임 (pelvic tilting, 골반 틸팅이라고도 합니다. 요가나 필라테스같은 운동을 하시는 분들은 한번쯤 접해본 용어이실 겁니다.)의 축은 양쪽 엉덩관절 (고관절)을 안쪽-가쪽 방향으로 통과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엉덩관절과 허리의 움직임을 연결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골반의 앞쪽 기울임은 허리의 전만을 증가시키고 골반의 뒤쪽 기울임은 허리의 전만을 감소시킵니다.
2-1) 골반의 앞쪽 기울임 (전굴)
능동적인 골반의 앞쪽 기울임은 장요근 (iliopsoas)과 넓다리빗근 (봉공근, sartorius) 같은 엉덩관절 굽힘근과 허리 신전근의 수축에 의해 일어납니다. 자연스러운 허리의 전만을 유지하는 자세는 속질핵을 전방으로 이동시키는 경향이 있어 맥켄지 운동에서 뒤쪽으로 탈출된 디스크 환자들에게 사용한 중요한 원리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큰 척추전만이 있을 경우 척추후관절을 비롯한 허리 뒤쪽 구조물들 사이의 압박력의 증가, 이전 글에서 살펴보았듯이 척추전방전위증 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2-2) 골반의 뒤쪽 기울임 (후굴)
능동적인 골반의 뒤쪽 기울임은 대둔근 (gluteus maximus)과 햄스트링 (뒤넙다리근, hamstrings) 같은 엉덩관절 신전근과 복직근 (rectus abdominis)과 외복사근 (external oblique)같은 배근육의 수축에 의해 일어납니다. 이 근육들을 강화시키고 엉덩관절 굽힘근과 허리 신전근을 신장시키는 방법은 허리의 또다른 운동 치료법인 윌리엄 굴곡운동 (William flexion exercise) 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엎드리거나 누운자세에서 골반 기울임에 따른 자세입니다. 누운자세에서 골반을 앞쪽으로 기울이게 되면 빨간색 화살표와 같이 바닥으로부터 등이 떨어져서 사이의 공간이 발생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3. 자세에 대한 허리와 목의 정렬상태의 영향
현대인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직장, 학교, 집, 지하철이나 버스와 같은 교통수단 등에서 앉아있게 됩니다. 앉아 있는 동안의 자세는 척추 전체에 걸친 정렬상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치료와 예방에 있어서 매우 중요합니다.
구부정한 자세 (slouched posture) 로 앉아 있을 경우, 허리가 비교적 굽힘된 상태이며 골반은 뒤쪽 기울임된 상태입니다. 이러한 자세를 오랫동안 유지할 경우, 근육을 비롯한 연부조직들이 짧아지게 되어 안좋은 자세를 더욱 지속시키게 됩니다.
역학적인 이야기인 하지만, 이런 자세의 경우 윗쪽 몸통과 상체의 힘선이 허리뼈에 비해 앞쪽으로 치우치면서 외적인 모멘트팔을 증가시킵니다. 이러한 상황은 척추사이 원반을 포함하여 몸통의 굽힘에 정상적으로 저항하는 조직들에 대한 스트레스를 증가시킵니다. 지난 글 ('척추사이원반(디스크)'란 무엇인가)
에서 언급했듯이, 바르게 앉아 있을 때보다 구부정한 자세로 앉아 있을 때 디스크 내의 압력이 더 크게 증가되며 이러한 변화는 요추4번-5번, 요추5번-천추1번에서 특히 흔합니다.
허리가 구부정한 자세는 대부분 목을 앞으로 내민 자세와 연관이 있습니다.
허리가 구부정한 자세는 자연스럽게 등과 아래쪽 목을 약간 앞쪽으로 (즉, 굽힘 쪽으로) 내밀어지게 합니다. (protraction) 컴퓨터 모니터나 스마트폰 화면 등을 주시하기 위해서 수평적 시선을 유지하기 위해서 위쪽 목은 약간 신전된 상태로 보상작용을 합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머리와 목의 신전근에 대한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뒤통수 밑의 작은 근육들과 목 뒤쪽의 인대들이 짧아져서 통증을 초래할 수 있으며 심할 경우 거북목(일자목) 이 됩니다.
따라서 만성적으로 허리를 굽힌 자세는 허리의 통증 뿐만 아니라, 아래쪽 목 (목의 바닥부)의 스트레스를 증가시켜 목의 통증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자연스러운 척추 전만을 유지하고 있는 이상적인 앉기 자세는 허리를 신전시킵니다. 좀 더 바르고 신전된 등뼈는 아래쪽 목의 뒤당김 (retraction) (즉, 폄 쪽으로) 을 유발하게 되고, 턱을 살짝 당긴 형태가 됩니다. 위쪽 목은 좀 더 중립의 위치 쪽으로 살짝 굽힘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여담이지만, 스마트 폰의 과도한 사용은 생활 속 목 파괴자로 악명이 높습니다. 스마트 폰의 화면을 쳐다보기 위해 고개를 숙일수록 목에 가해지는 힘이 증가하는데, 머리의 무게뿐만 아니라 특정 각도를 유지하기 위해 작용하는 목 근육의 수축력이 더해져서 목에 부하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30도 정도만 고개를 숙여도 목에 가해지는 부하가 3배이상 증가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상적인 앉기 자세를 수시간 동안 유지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허리 신전근에서의 피로가 흔히 발생하기도 하며, 오랜 시간 동안 습관으로 굳어진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자세에 대한 지속적인 인지, 적절한 근육들의 근력 강화 및 스트레칭, 컴퓨터 모니터나 스마트 폰의 위치 조정, 적절한 허리 지지를 할 수 있는 인체공학적인 의자와 같은 노력들을 결합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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