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난번 글에서는 어깨의 유착성 관절낭염 (오십견 혹은 동결견)에 대하여 살펴보았습니다.
이번에는 조금은 생소할 수도 있지만, 운동을 열심히 하시거나 어깨에 물리적 스트레스가 크게 작용할 경우 종종 생기는 SLAP 병변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야구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 선수도 관절와순 파열로 수술을 받으셨다는 것을 아실텐데요, 이것이 바로 SLAP 병변입니다.
J. Andrews 를 비롯한 연구진들이 1985년에 미국 스포츠 의학회지 (The American Journal of Sports Medicine)에 'Glenoid labrum tears related to the long head of the biceps' 라는 논문을 발표하면서 SLAP 병변이 처음 소개되었습니다. 그리 길지 않은 역사를 가지고 있죠?
이 논문에서 그들은 어깨의 통증과 기능이상의 원인으로 관절와순 상부 (superior labrum)과 상완 이두건 (biceps tendon) 복합체를 제시하였습니다.
1. SLAP 이란 용어는 대체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요?
먼저 SLAP 은 영어 의학용어의 약자로 풀어 쓰면 Superior Labrum Anterior to Posterior 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관절와순 상부와 상완 이두건 복합체에 발생하는 손상을 일컫는 용어로 사용됩니다.
지난 블로그 글 '어깨 통증 (1) :: 구조, 움직임, 연부조직 손상 분류' 에서 말씀드린것 처럼 관절와 순(glenoid labrum)은 관절와(관절오목) 경계 부분에 위치한 섬유연골성 테두리로 관절와(관절오목)을 더욱 깊게 해서 상완골두(humeral head)의 접촉면적을 넓혀 안정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무려 70%만큼이나 말이죠
이러한 구조적 안정성을 증가시키는 것 외에도, 관절와순의 위쪽 부분은 상완와 관절상 결절 (supraglenoid tubercle) 부분에 상완 이두건의 장두 (long head of biceps tendon)이 부착합니다. (이 부분을 biceps anchor라고도 합니다.) 상완 이두건의 장두는 상완골두의 상하방, 전후방 움직임시 동적인 안정성을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2. SLAP 종류는 어떤것이 있을까요?
스나이더 (Snyder) 를 비롯한 연구진들은 SLAP 병변의 분류체계를 제안하였습니다.
유형 1 : 상완 이두건 장두의 분리(detachment) 없이 관절와순 상부가 닳아 해어짐 (fraying)
유형 2 : 상완 이두건 장두가 상완와 관절상 결절로부터 분리 및 관절와순 상부의 분리 (가장 흔한 유형)
유형 3 : 상완 이두건 장두의 분리없이 관절와순 상부가 특징적인 양동이 손잡이형 파열 (bucket handle tearing)
유형 4 : 관절와순 상부의 양동이 손잡이형 파열이 분리된 상완 이두건 장두까지 확장된 상태 (가장 드문 유형)
추후 유형 2는 Maffet 에 의해 관절와순의 분리가 관절와순의 전방, 후방, 전후방 모두를 침범하는지에 따라 세가지 하위 유형으로 좀 더 세분화되어 분류됩니다.
유형 5 : 유형 2 + 방카르트 병변 (Bankart lesion) 또는 관절와순의 전하방 파열
유형 6 : 유형 2 + 관절와순 상부 전방 혹은 후방의 불안정성 피판 파열 (unstable flap tear)
유형 7 : 유형 2 + 분리 상태가 전방으로 확장되어 중간 관절와상완인대 침범 (middle glenohumeral ligament)
최근 Nord 와 Ryu 는 예전 분류 체계로는 분류되지 않던 몇몇 경우들을 새로이 정의하여 유형 8, 9, 10 을 추가합니다.
유형 8 : 상완 이두건 장두 분리 및 관절와순 손상이 후하방을 따라 확장되어 6시방향까지 이르는 경우
유형 9 : 전체 관절와순 테두리에 걸쳐 SLAP 병변 (유형 2 + 전방 후방 모두 방카르트 병변) (pan-labral SLAP injury)
유형 10 : 유형 2 + 관절와순 후하방 파열 (reverse bankart lesion), 하지만 두 병변이 연결되지는 않음
3. SLAP 병변의 원인과 발생기전
나이도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연구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35세 이상이 되면 30세 미만과 비교할 때 관절와순 상부가 덜 단단히 부착됩니다. 따라서 관절와순 상부나 전상부에 파열이나 결손이 생길 가능성이 큽니다.
① 팔을 쭉 뻗은 상태에서의 추락이나 넘어짐
② 견인 손상 (traction injury)
-- 위의 두가지가 가장 흔한 기전입니다.
③ 오버헤드 동작으로 던지기를 할 때 후기 코킹 시기에 (late cocking phase) 관절와순이 비틀어지면서 (peeling back)
④ 오버헤드 동작으로 던지기를 할 때 감속기에 (deceleration phase) 상완 이두건 장두의 견인
그 외 어깨의 과신전, 무거운 물건을 들 때, 직접적인 외상 등도 원인이 됩니다.
팔을 쭉 뻗은 상태에서 추락할 경우 흔히 어깨가 외전 및 약간의 전방굴곡 상태이기 때문에 어깨의 상부에 외상성 압박이 작용하게 됩니다.
오버헤드 동작으로 던지기를 할 때는 관절와 상완 관절의 접촉점이 후상방으로 이동하여 관절와순의 후상방에 전단력 (shear force) 이 증가합니다. 따라서 peel-back 효과가 발생하면서 결국 SLAP 병변이 발생하게 됩니다.
4. SLAP 병변의 증상
SLAP 병변이 발생한 경우 환자들이 가장 흔히 호소하는 증상은 오버헤드 동작으로 던질때나 머리 위로 팔을 움직일때의 통증입니다. 딸깍거림 (clicking), 걸리는 느낌(catching) 등의 증상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그밖의 증상들은 아래와 같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① 어깨 내회전 가동 범위 감소
② 회전근개 근력과 지구력의 감소
③ 견갑 안정화 근육의 근력과 지구력의 감소
④ 병변이 있는 쪽 어깨로 옆으로 눕기 어려움
5. SLAP 병변의 진단
1) 신체진찰
회전근개 파열 (특히 극상근), 점액낭염, 충돌 증후군, 견봉 쇄골 관절의 통증, 상완 이두건염, 관절와 상완 관절의 불안정성 등과 증상이 유사할 수 있기 때문에 진단을 위해선 의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제로 SLAP 병변만 단독으로 발생하는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습니다.
오버헤드 동작의 투수에서 공을 던질 때 어깨의 통증, 구속과 정확성의 감소 등을 보이는 데드암 증후군 (dead arm syndrome) 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신체진찰의 경우 오브라이언 검사 (O'Brien test) 양성일 경우 SLAP 병변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관절와 상완 관절의 불안정성이 동반 될 경우 anterior apprehension & relocation 검사에서 양성 소견이 관찰됩니다.
회전근개 간격 (rotator interval) (지난 블로그 글 참고) 을 눌러서 통증이 있는지 봅니다. 지난 글을 참고해보시면, 위쪽으로는 극상근 힘줄, 아래쪽으로는 견갑하근 힘줄, 내측으로 오구 돌기 (coracoid process) 사이의 삼각형 모양의 공간이 회전근개 간격입니다. 여기에 상완 이두근 장두, 오훼상완인대, 위쪽 관절와상완인대가 있기 때문에 SLAP 병변으로 상완 이두근 장두의 손상이 있을 경우 통증이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스피드 검사 (Speed's test) 등 많은 신체진찰 방법들이 있지만, 신체진찰 만으로 명확하게 SLAP 병변을 확인하기는 어렵습니다.
2) 영상의학적 검사
X-ray 검사는 보통 정상소견입니다.
통상적인 MRI 검사의 경우 관절와순 병변을 진단하기 위해 흔히 쓰이지만, SLAP 병변을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조영제를 사용한 자기공명 관절조영술 (MR arthrogram) 검사가 SLAP 병변을 발견하는데 보다 좋은 검사방법으로 쓰입니다.
자기공명 관절조영술 관상면 T1 강조영상 사진입니다. A는 정상의 경우로 관절와순 상부와 상완이두건 장두 복합체 부위에서 정상적인 모습이 관찰됩니다. B는 SLAP 병변의 경우로 관절와순이 찢어진 부분을 통해 조영제가 불규칙적인 모양으로 관절와순 상부로 확장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교과서 적으로 가장 좋은 검사 (gold standard)는 관절경 검사입니다.
6. SLAP 병변의 치료
현재까지는 SLAP 병변에 대한 비수술적인 치료의 체계적인 연구는 부족하며, 대다수의 환자들에서 SLAP 병변에 대한 일차적인 치료로 비수술적 치료를 시행할 경우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투구 동작을 하는 운동선수)
따라서 수술이 표준적 치료로 알려져 있으며 관절경을 이용한 수술을 많이 시행합니다. 문헌에 따라 다소 의견의 차이는 있지만, 환자의 나이가 많을수록 관절경적 수복 수술이 성공적이지 못할 확률이 증가하여 수복에 대한 대안으로 이두건 고정술 (biceps tenodesis) 을 시행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수술적 치료도 성공률이 매우 높은 편은 아닙니다. 그만큼 SLAP 병변의 치료가 어려운것에 대한 방증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술 후 회복하는 과정에서 근력과 유연성의 향상, 견갑 흉곽 움직임의 정상화 등을 위해 재활은 필수적입니다. 류현진 선수의 경우 수술 후 재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대다수였지만 재활에 매진하여 보란듯이 부활하며 역대급 성적의 시즌을 달리는 중인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재활치료 동안 근력, 안정성, 정상적인 움직임 회복에 초점을 두며, 재활치료의 첫 단계는 통증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동작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통증과 염증을 감소시키기 위해 비스테로이드성 소염 진통제 (NSAIDs) 복용이나 관절강내 스테로이드 주사를 시행할 수 있습니다.
수술 후 경우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4주정도 보조기를 착용하며, 이 기간 동안 어깨가 고정된 상태로 있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시계추 운동 (pendulum exercise) 과 팔꿈치의 관절가동범위 운동을 시행하며, 외회전은 절대 금지하고 외전의 경우 60도 정도로 제한을 둡니다.
수술 후 4주 정도가 경과하면, 어깨의 가동성을 증가시키기 위해 능동보조나 수동 (active assited and passive) 관절가동범위 운동을 시행합니다.
수술 후 4~8주 기간에는 어깨 내회전과 외회전 가동범위 운동을 점진적으로 증가시키고, 외전도 90도 정도까지 시행합니다.
수술 후 8주경 부터는 통증이 줄어들고 어깨의 가동범위를 회복함에 따라 근력 강화를 위한 저항 운동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때 어깨의 움직임 동안 견갑골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항상 기억해야 합니다. 이러한 견갑골을 안정화 시키는 근육은, 지난 블로그 글에서도 잠깐 소개하였지만 전거근 (serratus anterior), 능형근 (rhomboid), 견갑거근 (levator scapulae), 승모근 (trapezius) 등 많은 근육이 있습니다. 단순히 회전근개와 같은 어깨 주변부 근육 뿐만 아니라 견갑골 주변의 근육, 코어 근육등에 대한 훈련도 필요합니다.
또한 어깨내회전결핍증 (Glenohumeral Internal Rotation Deficit, GIRD) 을 회복하는 것이 SLAP 병변 재활에서 굉장히 중요합니다. 어깨 관절낭 뒤쪽 부분 스트레칭 (sleeper stretch, cross body adduction stretch)과 견갑골을 안정화시키는 운동을 함으로써 내회전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렇게 함으로써 극상근 힘줄과 관절와순 후상부의 비정상적인 접촉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대략적인 치료의 진행 경과는 환자의 나이, 활동 수준, 주로 쓰는 쪽 팔인지, SLAP 병변의 유형이 무엇인지 등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점은 꼭 염두에 두셔야 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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